“맛있는 제주흑돈, 전국 있소…럭셔리 제주흑우, 여기 있소”
흑도과 더불어 흑우도 제주 특산
제주 흑우, 일제 수탈 딛고 부활
‘제주흑우’ 숙성 소로 미식가 유혹
‘까망도야지’는 제주 특산이다. 이 흑돈은 돼지고기 마니아들에게 ‘엄지 척’을 절로 나오게 만든다. 그만큼 인지도도 높다.
그런데 요즘 ‘흑우’가 뜨고 있다. 이 역시 제주 특산인데,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수탈되면서 우리 기억 속에 사라졌었다. 일제는 쇠만 아니라, 쇠고기도 훔쳐 갔다.
제주 흑우는 ‘중종실록’, ‘승정원일기’, ‘영조실록’ 등에 제향 및 진상품으로 공출된 기록이 있다. 우리 전통 소란 얘기다.
‘세종실록’에 의하면 “제주 흑우는 고기 맛이 우수하여 고려 시대 이래 삼명일(임금의 탄신일·동지·정월 초하루)에 진상품 및 나라의 제사를 지내는 제향품으로 공출했다”라고 기록돼 있다.
제주 흑우는 일제에 의해 1924년 암소 125두, 수소 50두, 1925년 암소 25두, 수소 1두가 수탈됐다.
일제는 흑우의 가치를 알았는지, 법령으로 수탈의 치부를 감춘다. 1938년 일본은 “일본 소는 흑색, 한국 소는 적갈색(황색)을 표준으로 한다”는 모색통일심사표준법을 발표했다. 제주 흑우의 현실 속에 억누르고, 역사 속에 감추고, 기억 속에서 지운 셈이다. 이는 제주 흑우와 함께 칡소도 잡종으로 취급되면서 사육을 기피하는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도태 위기를 맞았다.
해방 후에도 모색통일심사표준법이 한우심사표준법으로 이어져 황갈색의 모색을 가진 황소만을 한우로 인정하게 됐다. 1980년에는 육량(肉量) 위주의 축산정책을 펼치면서 비교적 몸집이 작아 육량이 적었던 제주 흑우는 농가의 외면을 받게 됐다. 그 수가 수십 마리에 불과할 정도로 크게 줄었다.
제주 흑우가 살아난 것은 드라마틱하다. 1986년 달구지를 끌고 있던 제주 흑우를 우연히 본 제주농업마이스터대학 축산학과 문성호 교수가 훗날을 위해 제주흑우의 정자를 채취해서 동결 보존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이후 제주 흑우는 2013년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됐으며 농가에서 본격적으로 사육이 가능해졌다.
제주 흑우는 비교적 작은 체구에 속하는 소다. 하지만 한우에 비해서 1등급 출현율이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올레인산, 리놀산, 불포화지방산은 일반 한우보다 높고 포화지방산은 낮다. 국립축산과학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제주 흑우가 한우 거세우보다 오메가 지방산의 비율이 약 2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특히 오메가3 지방산의 비율이 약 3배 높은 수준으로 분석됐다.
제주 흑우는 체내 흡수와 소화가 잘 이뤄지며 시식회를 통한 육질 평가에서도 향미, 다즙성 등이 좋다는 반응이 94.5%를 차지했다.
이를 소비자 앞에 내놓은 사람 중은 한 명이 ‘제주흑우’ 송동환 대표다. 송 대표는 한우 목장을 3대째 경영하고 있다. 송 대표의 할아버지는 ‘소태우리’(제주에서 제주 흑우를 전문적으로 방목하고 키우는 사람)로 유명했다. 송 대표 역시 가업을 이으며 제주대 대학원 가축번식학을 전공해 석사과정을 마치는 등, 흑우에 진심이다. 그는, 직영 제주흑우 목장에서 제주 흑우 번식에 성공해 일반 소비자들도 제주 흑우를 즐길 수 있도록 제주 흑우 전문점도 오픈했다.
송 대표가 운영 중인 제주 아라서길 ‘제주흑우’엔 흑우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넘친다. 100일 숙성 등 숙성 소를 제공해, 그 풍미가 미식가의 입맛을 끌어당기고도 남은 있다. 메뉴 중 ‘제주흑우 한상’은 흑우 5종 살치살·등심·안심·목살·차돌박이 등이 나온다. 직원들이 고기 부위 등을 설명해 줘, 제주 흑우와 금세 친구가 될 수 있다. 히말라야 핑크솔트·블랙솔트 등 곁들인 소스도 럭셔리하다. 여기에 제주 별미인 제주냉명도 제공된다. 송 대표는 “제주 흑우를 일본 와규를 뛰어넘는 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재 식용으로 소비할 수 있는 제주 흑우 사육두수는 750두 정도다. 쉽게 접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제주 여행에 풍미까지 더 하고 싶다면, 선택은 뻔하다.
출처 : 스포츠 경향 강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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